2018년 8월 8일 수요일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헨델의 '시온이 산으로 가는 길, 캐롤라인 여왕의 장례미사곡 HWV264'

예전에.
세상은 몇개의 음악으로 돌려 듣기를 하고 있구나는 생각할때가 있었다.

FM 라디오로 일부러 찾아 듣던 그 때.
영화음악이나 몇몇 가벼운 클레식 프로그램의 음악들이 어느 순간 익숙한 음악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 때.

하지만, 요즘은 애플뮤직으로 그 많은 플레이리스트  중 어떤 것을 선택하던 정말이지 무궁무진한 음악들이 끝도 없다.   특히 재즈, 클래식 등의 쟝르는 SKT의 메론이나 KT의 지니와는 클라스가 다른 끝 모를 음악들을 쏟아내고 있다.   어차피 골라봐도 모를 음악들인지라 적절히 좋아할만한 이름의 플레이리스트를 선택해 듣던 중 꽤나 시크하고, 우울함이 쫙 깔린 음악이 귀에 들어온다.

The way of Zion do Mourn "Funeral Anthem for Queen Caroline, HWV 264"

찾아보니, 헨델이 1737년 12월에 영국의 캐롤라인(Caroline) 여왕 장례식을 위해 작곡한 장례미사곡이란다.   어째 시작되는 음이 낮익다 싶었는데, 모짜르트가 이곡의 첫소절을 주제로 자신의 레퀴엠곡을 만들었다고도 한다.
캐롤라인 여왕 초상화, 1727 Charles Jervas 작
출처: 위키피디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이 곡의 초반 합창은 구약성경의 예레미야 애가 1장 4절, 1장 11절, 2장 10절을 섞어 노래하고 있다고 한다.    "시욘을 향하는 길들은 비탄에 잠기고...  그의 온백성이 탄식을 하며... 머리를 땅에까지 내려뜨렸다" 
나머지 합창의 가사들도 욥기, 사무엘서, 다니엘서, 시편 등등의 구절을 섞어 만든 가사라고한다.[1] 
[1] 출처: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

첫소절의 멜로디만큼 제목의 '시온(Zion)' 이름도 낮익다.     생각해보니 영화 매트릭스에서도 시온(Zion)이란 이름이 여러번 불리었다.    영화에서는 가상세계인 매트릭스가 아닌, 실제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시온이라고 불렀는데,  가상세계를 인정하지 못하는 실제 인간들이 사는 곳의 명칭이었고, 이곳은 매트릭스 시스템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휴지통과 같은 장소였다.[2].  (그래서 시온을 말살하려고하는 시스템의 노력은 매트릭스를 부정하는 오류들로 꽉찬 시스템의 휴지통을 비우려는 노력이었다고)
[2] 출처: 나무위키, https://namu.wiki/w/시온
매트릭스 영화포스터 중 일부, 1999  워쇼스키남매 감독

하지만 실제로 시온이란 지명은 이스라엘 남서쪽에 있는, 약 760미터 높이의 산 이름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을 상징적으로 부르는 이름으로도 쓰인다고도 한다.  (우리가 백두의 겨례라는 둥, 북한산 정기라는 둥 하는 느낌으로 쓰는듯).    서울 북한산 높이가 830미터 쯤 된다고 하니까, 그보다 조금 낮은 정도의 산일듯 싶다.  (서울 남산은 260미터 정도라니 남산보다는 2~3배 정도 높은... 그럼 꽤 큰산인데?)
올리브산에서 촬영한 시온산 모습
출처: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시온산

그렇게 생각하니 메트릭스란 영화,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힘없고 그렇지만 세상을 구원할 또는 신에게 선택받은 민족이 모여있는 예루살렘의 시온처럼, 영화에서도 시스템에 박해받지만 실제 인간을 구원할 '그'가 속한 무리들이 모여있는 곳을 시온이라고 불렀으니, 그 중의적인 구성이 멋지다.

하.여.튼...

영국의 사학자, 음악가인 챨스버니(Charles Burney, 1726-1814)는 1785년에 헬델의 전기를 기술하면서 이곡 'The way of Zion do Mourn'을 헨델이 작곡한 모든 곡들중에서 최고라고 평가[3]했다고도 하는데, 이게 그 정도였나.   어쨌든, 열대야의 오늘같은 더운 여름날 밤에 시크하고 우울한 기운을 독하게 뿜어대는 이런 장례 미사곡도 나름 괜찮지 싶다.   
[3] 출처: 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
찰스버니 초상, 1781. Joshua Reynolds작
 출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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